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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체험

2015.02.22 15:45

관리자 조회 수:847

가사체험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에는 명절이면 종종 시골에 가서 문안인사를 드리곤 했지만 몇 년 전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고향도 없어진 느낌입니다. 역시 어머니는 나의 고향이셨습니다. 이제는 제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터라 자식, 며느리, , 사위, 손주들이 생기다보니 명절에는 우리 부부가 아이들의 고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이젠 어디론가 떠날 수가 없습니다.

결혼 후 35년 째, 설 연휴를 맞아서 가사체험을 한 번 해보았습니다. 집사람이 이번 설에는 만두를 해서 온 식구들과 함께 먹어야겠다며 일을 벌렸는데, 정작 만두를 빚을 손이 없다는 겁니다. 큰 딸은 시댁식구들과 여행을 떠났고, 막대 딸은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고, 믿었던 며느리는 많이 도와주었지만 감기로 고생을 하는 겁니다.

재밌는 것은 정작 집사람 본인이 만두를 빚을 시간이 없다며 바쁘다는 핑계를 대길래, 결국은 나 밖에 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한 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내 평생 처음으로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비비는데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집사람이 물을 너무 작게 잡아서 반죽이 뭉쳐지지 않고 밀대로도 얇게 밀리지를 않는 겁니다. 결국엔 그 많은 만두가 커다란 왕만두가 되었습니다.

그처럼 고생해서 만든 만두가 맛이 있어야 하는데 기대와는 반대로 만두 고유의 맛이 나질 않고 만두피는 딱딱하고 두껍고... 실컷 고생한 것에 비하면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저도 그만 몸살이 나서 하루 동안은 조금 힘들었습니다.

다음 날은 생각지도 않게 싱크대와 벽에 찌든 때를 벗겨내는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다년간 묵은 기름 떄인지라 여간해서는 닦여지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고 열심히 도왔기에 열심히 해놓고 보니 마치 새 집처럼 번쩍번쩍 빛이 나는게 기분이 좋습니다.

집에서 살림하는 아내의 여러 가지 일들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체험하고 나니 집사람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입니다.